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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기 생태관광 영리더스클럽_에코픽팀] 서산 천수만 편

* 방문 팀명 : 에코픽팀

* 방문 지역 : 서산 천수만

* 방문 일정 : 22.08.17.(수).-18.(목)


새들처럼 잠시, 그리고 계속 찾아오리 – 서산 생태관광 여행기


올해 8월엔 유독 비 소식이 자주 들려왔다. 서울, 인천 등을 차례로 침수시킬 정도로 쏟아진 비는 우리의 발과 마음을 꽁꽁 묶어버렸다. 이 비가 언제 즈음 그칠련지, 이 비가 갑작스레 찾아오지 않을련지. 계획서를 수차례 확인해보면서 일정에 차질이 없기만을 희망했다.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좋을 텐데.

광복절 퇴근 후, 미리 짐을 챙기며 수요일 일기 예보를 봤다. 빗속에서 간절히 기도한 덕인지 날씨는 맑음 그 자체였다. ‘에코픽’의 슬로건을 가방에 넣고 카메라 배터리도 충전시켜놓으면서, 이번 서산 여행은 어떤 사진으로 남겨볼지 고민에 빠지며 하루를 보냈다. 그러고 보니 출사로 제법 여기저기 다녔다 자부한 나지만, 정작 서산은 한 번도 다녀온 온 적이 없었다. 굴욕 아닌 굴욕 탓일까. 이번엔 손에 꼽힐 사진을 찍겠단 다짐을 한 채 수요일에 다가섰다.

8월 17일, 오전 9시 50분 즈음 고속 터미널에서 팀원들을 만났다. 생각해보니 이 넷이서만 여행을 가는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기야, 그 전엔 다른 친구들도 같이 가거나, 아니면 군대 때문에 한 명은 빠진 채 다녔으니. 간만에 즐기는 여행이기도 하지만, 단순한 여행이 아닌 컨텐츠 제작과 생태관광 홍보를 위한 일정인 만큼 약간의 긴장감을 곁들여 본다.

10시 20분, 서산으로 가는 버스가 플랫폼에 들어섰다. 버스에 편안히 누워 일정표와 함께 시나리오를 한번 훑는다. 반포 IC를 지나 서울 톨게이트를 건너, 서해대교의 행담도 휴게소를 지나니 비로소 서산의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용민의 카메라는 달리는 도로를 향해 있고, 슬슬 이어폰을 귀에서 뺀 뒤 문자를 확인하는 도희, 그리고 영상을 확인하는 주원과 함께 터미널에 여덟 발자국을 새겼다.

■ 서산 로데오 거리, 서산 동부 전통시장

터미널이 있는 곳엔 상권이 형성되어있다. 대체적으로 지금은 구도심이라 불리게 되는 곳에 위치한 터미널과 같이, 서산터미널 역시 그런 느낌이었다. 오고 가는 이들이 잠시 머물만한 패스트푸드점과 피시방 간판이 눈에 익숙한 터미널. 그리고 시계는 12시를 넘긴 뒤였다.

유달리 햇볕이 강하게 들어서였을까, 속을 시원하게 해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냉면, 냉면 한 그릇이 절실하게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 서산에 간장 냉면이 있단 기억이 난다. 평소 냉면을 좋아해 친구들과 유명 냉면집들을 순례하듯 돌던 때가 기억나서일까. 자연스레 서산에만 있다는 간장 냉면을 먹으러 로데오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터미널에서 걸어서 15분, 로데오 거리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로데오 거리, 전국 중소규모 이상의 도시를 간다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마법의 거리다. 대체 로데오가 무슨 뜻일까 찾아보니, LA 베버리 힐스 인근의 패션 거리인 ‘로데오 드라이브’가 어원이란 것 같다. 1980년대 형성된 한국의 대표적인 로데오 거리인‘압구정로데오’의 타겟이 그 오렌지족이란걸 생각해보면 얼추 맞는 말 같다. 여하튼 그 어감이 당시엔 나름 세련되어 보였던 것일까. 그 이후 도시의 중심거리라는 뜻을 가리키는 로데오가 전국으로 뻗어나간 것이다. 로데오란 단어가 상당히 예전에 유행했던 단어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묘하게도 지금 로데오 거리들 대부분은 구도심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서산 로데오 거리 역시 그랬다. 신시가지의 형성도 그 이유가 될 테고, 코로나로 인한 피해도 있을테지만, 그럼에도 로데오 거리의 공실은 상당히 많아 보였다. 도시 구조학적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세월의 무정함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서산 로데오 거리>

계속 발걸음을 옮겨, 간장 냉면으로 유명하다는‘구옹진식당’에 도착했다. 주문은 물냉면으로, 빠르게 4그릇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첫인상은‘냉면인가?’였다. 냉면보다는 밀면에 더 가까운 비주얼이었고, 갈색 육수가 마치 메밀소바 장국을 연상케 했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국물을 들이켰다. 생각보다 슴슴함에 놀랐다. 그 뒤로 은은하게 올라오는 간장 향과 아주 미미한 육향, 그리고 미묘한 감칠맛이 합세했다. 평소 평양냉면을 즐겨 먹는 나지만, 이 슴슴함은 또 새로웠다. 오히려 자극적이지 않아 시원하게 들이킬 수 있는 느낌이다. 깨의 고소함도 톡톡 치고 올라오는 것이 나름의 별미다. 양도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담겨 있어 한 그릇의 행복이 이거구나 싶었다. 항상 매일이 새롭고 특별할 수는 없듯이, 이 냉면도 우리 삶의 평범함, 그 평범함 속의 소박한 즐거움을 담고 있었다.


<구옹진 식당의 간장 물냉면> <서산 동부 전통시장>

냉면으로 찬 배를 소화 시킬 겸, 동부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전통시장이란 말은 참 친숙한 듯 거리가 있는 느낌이다. 나쁜 의미의 거리감이 아닌, 그저 시간을 천천히 타고 오는 장소라는 생각이다. 대형마트 상권의 시대에서 나아가 온라인 상권의 시대로 접어든 현재, 서산 동부 전통시장은 아직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었다.

서산 동부 전통시장은 해산물 등을 주력으로 취급하는 시장이라고 한다. 해산물 내음이 입구부터 스쳐지나간다. 칠게와 말린 생선들, 감태, 조개와 횟감 따위들이 즐비해 있는 좌판을 보기 위해 멈췄다.‘여기가 서해안이긴 하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전어도 슬슬 보이는 것이 여름의 끝물을 알림과 동시에, 철새들이 올 시기가 가까워짐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의 크기가 거대하진 않아서인지, 시간에 맞춰 여유롭게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산시청 2청사 앞에서 유영미 해설사님을 만나 본격적인 출발을 해본다.

■ 서산 천수만, 버드랜드 – 철새와 사람은 평야를 따라

서산 출신의 유영미 해설사님은 그야말로 서산을 사랑하시는 분이었다. 젊은 시절, 학업과 일을 위해 잠시 서울에 계셨던 걸 제외하면, 일생 대부분을 서산에서 보내셨다고 한다. 해설사님의 도움으로 우리는 천수만을 거쳐 버드랜드로 가게 되었다. 가는 길에 우리는 해설사님에게 서산의 도시 구조, 서산 자연경관의 특징과 함께 생태관광의 중요성과 함께 일에 대한 자부심 등 매우 유익하고 소중한 이야기들을 나눠주셨다. 한 글자, 한 글자 빼놓지 않고 새겨가는 동안 우리는 천수만 일대에 진입하게 되었다.

천수만의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천수만과 연결되어있는 태안의 안면도는 과거 육지와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해상 교통의 불편함으로 인해 육지와 안면도를 잇는 부분을 제거하여 안면도를 섬으로 만들게 된 것이다. 그 후 1980년대 현대건설의 주도하에 천수만 일대를 간척해 농경지를 만드는 사업이 시행되었으며 그 결과 넓은 평야의 천수만이 형성되었다 한다. 농경지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철새들이 섭취할 곡식 낱알들도 많아지면서 천수만은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 중 한 곳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천수만의 넓은 평야에 감탄하고 있던 찰나, 우리는 천수만 1 탐조대 인근에 다다르고 있었다. 유 해설사님께서 준비해주신 쌍안경을 목에 걸고, 카메라를 손에 들고 탐조대에 멈춰섰다.

평소 탐조 활동에 관심이 많던 용민과 도희, 그리고 풍경 촬영에 더 익숙한 주원과 나. 우리는 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기 위해 여러 시선으로 천수만을 바라보았다. 하천에는 백로들이 무리지어 쉬고 있었고, 탐조대의 등을 진 평야는 푸르름으로 가득찼다. 다만 8월에는 철새들이 많이 없는 시기이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철새를 보지 못한 아쉬움이, 그리고 가을 들판의 풍성한 샛노람을 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월이기에 볼 수 있는 새들의 생태와 들녘 풍경에 탄성을 연신 내뱉어버렸다.

<탐조중인 용민과 도희> <천수만 1 탐조대>

1 탐조대의 기억을 간직한 채로, 우리는 버드랜드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천수만로를 따라 달리는 창밖으로, 알록달록 피라미드 모양과 전망대가 우뚝 서있음에 확신이 들었다. 저기가 버드랜드구나. 버드랜드 입구를 지나 매표소 옆으로 전기 버스가 하나 있다. 새 모양인걸 보니 분명 철새를 상징하기 위한 디자인이 아닐까. 작은 새 등으로 팀원 모두 착석 완료. 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린 곳은 4D 영상관이었다. 매 시 20분 마다 상영되는 애니매이션은 서산 천수만과 철새를 주제로한 아동용 애니매이션이었는데, 4D란 이름이 걸맞게 실제와 같은 흔들림 효과와 흥미로운 이야기로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즐겁게 보기 좋은 영상 교육자료였다.


<버드랜드 전기버스> <버드랜드 4D 영상관>

영상관에서 나와 철새전시관으로 이동했다. 철새전시관에는 버드랜드 해설사님이 동행하시면서 전시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서산에 방문하는 다양한 종류의 철새들과 철새들의 중요성, 철새를 활용한 다양한 컨텐츠 등을 알려주셨다. 버드랜드라는 이름에 맞게 서산을 찾는 철새의 종류와 수가 매우 많고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철새전시관에서 해설을 듣는 모습> <버드랜드 둥지전망대>

이제 버드랜드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둥지전망대를 가볼 시간이 되었다. 둥지라, 새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사는 곳의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있을테다. 둥지전망대의 맨 꼭대기로 올라 천수만의 드넓은 들판을 관망해본다. 탁 트이는 기분이 들면서, 천수만에 내려 앉기 위해 아래를 보는 새의 기분이 이러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버드랜드에서 알찬 시간을 보낸 뒤, 버드랜드 내부에 있는 카페‘크라운파머스’로 들어갔다. 크라운파머스는 서산시의 천수만 발전을 위한 사업에 선정되어 설립된 카페로, 서산시의 특산물을 활용한 베이커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넓은 마당에 자리 잡은 그림같은 집에서, 우리는 문윤식 천수만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님과 간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문 사무국장님은 천수만의 생태관광 지정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분이셨다. 우리는 천수만이 단순히 생태관광지로 지정된 것을 넘어, 생태관광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서산에 방문했을 때, 머물 숙소나 음식점들이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주민들의 삶의 변화는 어떠한지 직접 발로 뛰었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태관광이 진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단순히 여행객뿐만 아니라 지자체, 관계자, 주민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며, 여행객 역시이에 대해 보다 면밀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라운파머스의 전경>

카페에서 나와, 일몰을 보기 위해 다시 천수만 탐조대로 향했다. 원래 계획은 간월암에서 일몰을 보는 것이었으나, 물때가 맞지 않아 다음날 아침으로 시간을 미뤄 천수만에서 낙조를 촬영하기로 했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니 날이 참 선선해지는게, 움직이기 한결 가벼워졌다. 아까처럼 다시 카메라를 꺼내 낙조를 찍어본다. 결과물은 보여주는게 더 빠를 것 같다.


<천수만에서 촬영한 낙조> <천수만에서 촬영을 하는 도희, 용민>

17일의 마지막 일정까지 마무리한 뒤, 숙소로 가기 전 장을 보기 위해 버드랜드 인근 하모니마트로 향했다. 시간은 19시 15분, 마트 마감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최대한 빠르게 달렸다. 다행히 영업 중, 저녁거리를 만들기 위해 고기와 김치, 그리고 음료수 몇 개 등을 담아 빠르게 숙소로 돌아간다. 서산의 맑은 밤하늘을 보며, 착화탄에 불을 붙인다. 불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면 석쇠 위에 고기를 올려 맛깔나게 구워 먹는다. 그렇게 저녁을 마무리하고, 그날 찍은 사진과 영상들을 서로 확인하며 다음날 일정을 체크하면서 잠에 들었다.


<장보는 모습> <숙소에서>


■ 간월암과 해미읍성 – 서산 위에 서다

18일 아침, 여느 때와 다른 하루의 시작이었다. 변동된 일정에 맞춰 간월암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숙소에서 600m, 동선에 맞게 일정을 짠 덕에 아침에도 무리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다행히 물때가 맞아 간월암 일대를 차분히 답사할 수 있었다.

간월암은 조선 초 무학대사가 창건한 암자로, 간조시에는 육지와 연결되고, 만조시에는 섬이 되는 신비로운 곳이다. 서해 바다의 해안선을 그대로 따온듯한 간월암에서는 조용히, 자연과 하나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간월암의 평화로움과 느림, 그리고 이치에 맞음은 나에게 ‘너무 바쁘게 살아온게 아닌가’란 생각과 함께 조화로움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간월암 인근에는 간월항이 자리 잡고 있다. 간월항은 다양한 젓갈류와 어류를 취급하는 작은 항구이며, 특히 서해안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어리굴젓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보편적인 인식으로 굴은 통영이 제일로 일컬어지지만, 작은 굴로 담근 어리굴젓은 서해안이 참맛이라 한다. 간월항을 잠시 둘러다보면서, 작은 어촌 마을의 느낌도 조금은 얻어가며 다음 목적지인 해미읍성을 향해 출발해본다.


<간월암>

서산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나에게 있어 서산은 ‘해미읍성’이었다. ‘해미읍성을 빼놓고 서산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을까?’일 정도로, 해미읍성은 서산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이자 관광지이다. 그렇다 보니 역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과연 해미읍성에서 생태관광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그러나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해미읍성에 도착하고 우리는 해설사님의 추천으로 ‘해미집밥’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게 되었다. 된장찌개와 여러 종류의 나물, 그리고 고등어구이가 나오는 백반으로 배를 알뜰히 채우고 난 뒤, 해미읍성으로 들어갔다. 해미읍성은 조선 태종 시절 병마절도사영을 해미로 옮기게 되면서 축조된 성으로 예부터 충청도 일대의 군사적 중심지로 기능을 한 곳이다. 현재 해미읍성은 민간에 개방되어 있으며 투호 및 관가 체험과 동시에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의 산책로이자 여행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잠시 여유롭게 해미읍성을 돌아보다, 성 내부에 있는 청허정을 향해 수많은 계단을 올랐다. 청허정은 해미읍성 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누정으로, 과거 많은 문인들이 청허정에서 시회와 낭송을 즐겼던 곳이라 한다. 청허정 주변으로는 소나무 군락이 자리 잡고 있으며, 청허정에 앉아 천수만을 보며 그 경관을 예찬했던 과거 선조들의 마음을 느껴보았다. 자연이 주는 시원함에 앉아있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급하지 않고 선선한 바람이 감싸온다.

망중한을 즐기고 난 후, 해미읍성 인근에 있는 작은 카페‘오아시스’에 들어갔다. 오아시스 옆에는 해미 호떡이 있는데, 과거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와 백종원씨가 지나가다 들러 피드백을 해준 뒤, 굉장히 특색있고 맛있는 마가린호떡으로 유명세를 타 현 위치로 확장 이전을 했다고 한다. 이 호떡을 사서 오아시스에서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데, 오아시스 사장님이 해미호떡 사장님의 자녀분이기에 가능한 것이라 한다. 호떡을 사기 위해 20분 줄을 섰지만, 호떡이 마가린에 튀겨지는 소리와 냄새는 그 시간마저 고소하게 만든다. 맛은 실망시키지 않는 법, 아니 여태껏 먹어본 호떡들 중 최고라 자부할 정도의 풍미였다. 그리고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친절한 말씀까지 따뜻한 맛이었다. 간식까지 차고 넘치게 먹었으니, 이제 이번 서산여행의 마침표를 찍으러 출발해보자.

<해미읍성, 해미호떡, 그리고 오아시스 내부>

■ 신창제와 개심사, 그리고 홍안벌로 – 서산은 천천히 다가오고 간다.

신창제는 SNS상에서 아름다운 벚꽃 명소로 유명한 호수이다. 이번 여행과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지만, 산지에 위치한 호수의 절경만으로도 그 명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가 서울에서 이런 경관을 본 기억이 있던가. 찰나의 아름다움이었지만 그 여운은 천천히 스며들고 남는다. 신창제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개심사가 나온다. 개심사의 역사는 6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654년 백제의 혜감국사가 창건한 개원사는 1350년 개심사로 바뀌었고, 보물 제143호 대웅전을 보유하고 있는 유서 깊은 절이다. 개심사 역시 최근에는 배롱나무꽃과 벚꽃 명소로 널리 알려져있다.

다만 아쉽게도, 최근 내린 폭우 및 보수공사 등으로 인해 개심사의 온전한 모습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단 사실을 도착해서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 또한 여행이 주는 의외성, 찬찬히 개심사를 둘러보며 유유자적하면서도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불자의 마음에 한 걸음 다가가서 보았다. 개심사를 찬찬히 둘러보면, 수행하는 이들과 이들을 돕는 이들, 그리고 모두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신창제> <개심사와 에코픽>

무릇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여행의 끝이 다가오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마지막 일정인 개심사까지 마치고 난 뒤, 우연히 홍안벌로 일대를 지나게 되었다. 우리의 원래 계획이었지만 상황 상 방문이 어려웠던 곳을 해설사님의 도움으로 방문할 수 있었다. 홍안벌로에서 우리는 백로 군집을 만날 수 있었고, 마지막까지 서산 철새의 마중을 받을 수 있었다.

<서산 생태관광 중 만나본 새들>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해설사님은 우리를 서산 터미널까지 바래다주셨다. 여행이 아쉬운 이유는 모든 것을 여행지로 가져가기 때문이다. 변함없이 움직이는 일상에 여행은 일종의 일탈이자 자유, 그리고 다른 유형의 공부이다. 여행에 진심으로 대하는 까닭에 우리는 일상을 기꺼이 내놓고, 일상을 내놓은 만큼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보다 서산을 사랑하는 해설사님, 누구보다 천수만을 위하는 문 사무국장님, 그리고 누구보다 이 도시를 사랑하는 이들을 만났기에 이번 서산 생태관광을 의미 있게 마칠 수 있었다.

생태관광은 단순히 생태지역을 방문하는 것에서 그치치 않는다. 그 지역을 더 깊게 이해하고 그 지역을 위한 소비를 하는 것이 생태관광의 시작이다. 이번 서산 생태관광은 그 필요성과 의미를 몸소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처음에 확 와닿진 않았지만, 서산과 생태관광은 천천히, 그리고 깊게 우리 마음속에 스며들고 있다. 다음 서산 여행은 새가 날아드는 가을과, 꽃과 햇살이 만개하는 봄, 그리고 언제든지로 계획을 세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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