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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생태관광지] 6월 장수 뜬봉샘과 수분마을 방문기

글 : 환경부 자연공원과 인턴 조아현


환경부가 선정한 6월의 생태관광지, 장수에 다녀왔다.

산고수장(山高水長)의 청정 지역인 장수는 그 지역 이름에서부터 보이듯이 긴 물줄기가 흐르는 곳이다. 생태학적, 역사적으로도 뛰어난 자원을 품고 있어 자연의 품속에 안겨있는 듯한 기분을 주는 이곳, 장수의 부드러운 물길 따라 그 여행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1. 비단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



신무산 8부 능선에 위치한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을 보기 위해 강태등골을 따라 걸음을 내딛는다.

뜬봉샘 이름에는 두 가지 재미있는 유래가 전해진다.

하나는 조선건국과 관련된 설화이다. 이성계가 나라를 얻기 위해 산신으로부터 계시를 받고자 전국 명산을 찾아다녔다. 그중 신선이 춤을 추었다고 하여 이름 붙은 신무산에 자리를 잡아 중턱에 단을 쌓고 백일기도를 올렸다. 기도한 지 백일이 된 새벽, 단에서 조금 떨어진 샘에서 오색 무지개가 떠오르고 뒤이어 봉황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곧이어 ‘새 나라를 열라’라는 계시가 내려왔고, 이성계는 봉황이 뜬 곳의 샘물로 하늘에 제를 올렸다고 한다. ‘봉황이 떠오른 샘’이라고 하여 뜬봉샘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다른 하나는 그 외형과 관련이 있다. 신무산에서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산 군데군데 봉화를 피웠는데, 이 모습이 마치 뜸을 뜨는 것 같다고 하여 ‘뜸봉샘’이라고도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르는 길에 데크가 잘 설치되어 있어 큰 무리는 없지만, 오르막길은 좀처럼 끝날 듯 끝나지 않는다. 이쯤 되면 도착했으려나 싶어 고개를 들어봐도 샘은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무거운 숨이 들이찬다.

서두르기보단 주위를 둘러보며 느긋하게 자연과 숨을 맞추는 걸 택한다.

미풍에 흔들리는 잎사귀가 만들어내는 잔잔한 소리, 나뭇잎 사이로 성기게 내려앉은 햇살, 거침없이 시원하게 흘러가는 물소리가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그렇게 20분 정도 걷다 보면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 뜬봉샘이 모습을 드러낸다.




뜬봉샘 가까이에서 흐르는 물소리는 고요하고 잔잔해 태중의 소리와 비슷하다고 한다. 고요한 물줄기가 흐르고 흘러 금강의 첫물이 된다. 얇게 흐르는 물줄기는 아래로 흘러 내려갈수록 청년의 소리처럼, 우렁차고 거센 물길을 만들어낸다.

뜬봉샘을 마주했다면 샘물 한 방울을 손에 떠보아 물의 여정을 함께 해보기를 추천한다. 뜬봉샘에서 시작한 이 작은 물줄기가 전북, 충북, 충남, 대전 등을 통과해 천리를 흘러 서해와 만나는 긴 여정 속 당신도 함께할 수 있다.

     

     


2. 마음속 잡념의 정화, 자작나무 숲


     

뜬봉샘까지 오른 뒤 지친 숨을 고르고, 이 길에서 안식을 구해본다.

전국 최남단에 위치한 이 자작나무 숲에는 2천여 그루의 자작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숲길에 들어서면 하얀 수피를 지닌 자작나무가 내뿜는 맑고 고요한 기운이 절로 느껴진다.

자연이 내어주는 숨을 일부러 더 깊고 힘차게 들이마신다. 시원하고 청량한 공기가 목을 타고 가슴 가득 들어찬다. 그윽한 공기 한 숨에 마음 속 켜켜이 쌓여 있던 상념은 서서히 흩어지고 온 마음이 숲의 소리로 푸르게 채워진다. 한 번의 깊은 숨으로 맑아지는 마음, 잊었던 쉼의 감각도 일어난다.

바람결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드리운 초록 잎을 바라보며 걷기만 해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3. 다채로운 매력이 반겨주는 하늘다람쥐 비밀정원



뜬봉샘 생태공원 안쪽, 조용한 숲속에 자리한 이곳은 멸종위기 야생동물Ⅱ급인 하늘다람쥐의 서식지이다. 하늘다람쥐는 주로 밤에 활동하며, 낮에는 나무 구멍에나 둥지 속에서 쉰다. 이뿐만 아니라 푸른빛의 산수국부터 목수국, 장수의 깃대종인 뻐꾹나리까지, 화사한 꽃들이 반기는 이 비밀정원에서 한없이 차오르는 즐거움을 만끽해 보자.

     



4. 물의 운명을 가르는 곳, 수분마을



뜬봉샘 생태공원 옆 하나의 마을이 있다. 이곳은 수분마을로, 물이 나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물의 뿌리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하여 ‘물뿌랭이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물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물의 운명을 가른다. 신무산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북쪽으로 가면 금강으로 흘러가고, 남쪽으로 향하는 물줄기는 섬진강으로 흘러간다.



     

5. 시간의 흐름을 고이 간직한 장수성당 수분공소


     

수분마을에는 시간의 흐름 속 굳건히 자리를 지킨 작은 성당, 수분공소가 있다.

‘공소’는 천주교 본당과는 거리가 먼 천주교 신자들이 예배드릴 수 있도록 마련된 작은 성당을 말하는데,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공소이다.

수분공소는 병인박해 이후 피난 온 천주교 신자들이 교우촌을 이루며 신앙을 지키기 위해 세운 공간이다. 흥선대원군의 천주교 박해는 1866년을 시작으로 1971년까지 이어졌고, 수많은 신자가 외딴 마을로 숨어 신앙을 이어갔다.

1913년 처음 지어져 1920년대에 개축되었으며, 정면 3칸, 측면 6칸의 초기 한옥 성당의 양식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그 역사적, 종교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5년 국가 등록문화재 제189호로 지정되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예배처로 사용되고 있으며, 신앙의 흔적과 시간의 깊이를 느끼기 위한 성지 순례객들의 발길은 뜸해질 기색이 없다.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고자 했던 믿음의 흔적은 오랜 세월을 품은 공소에서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생태관광을 위한 생생한 팁>

1. 뜬봉샘 생태관광 프로그램

 금강 트래킹, 소리풍경여행, 달빛걷기, 생태밥상 체험 등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체험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금강첫물 뜬봉샘 커뮤니티에서 참여 신청이 가능하다.

* 사이트 참고: https://www.band.us/@tteunbongsaem

     

2. 생생한 자연 탐방을 원한다면, 한층 풍부한 무료 해설

 장수군에서는 자연환경해설사의 생생한 해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해설 덕분에 생태여행이 한층 더 풍성해진다. 사전 예약은 필수이며, 장수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맺음

산과 물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아내는 장수는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하나의 작은 물줄기에서 시작해 끝내 큰 강을 이루는 이곳에서, 잔잔하지만 멈추지 않는 굳은 기세를 배운다. 흔들릴지언정 길을 잃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품어보자. 자연이 주는 지혜와 고요한 응원이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한 아름 안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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